올해 주총 시즌의 최대 화두가 행동주의 펀드라고 하죠. 최근 SM 엔터의 경영권을 흔들었던 것 또한 이 행동주의 펀드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행동주의펀드?
행동주의펀드는 펀드 운용사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여 해당 기업의 주된 주주가 된 후 기업의 주식가치를 끌어올리도록 경영에 적극 개입하여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합니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주요 주주가 된 다음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요구하여 주가를 끌어올려 이득을 취합니다. 이렇게 행동주의 펀드가 생겨난 이유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의사? 기업의 악당?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전략을 사용하여 기업의 의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얻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 사냥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최근 상장기업 123곳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설문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62곳이 행동주의 펀드를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답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주주 배당 확대가 과도하다는 응답도 63%에 달하였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흔히 말하는 재벌구도의 한국 경제체제에 있어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 측에서는 경영권의 위협이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거겠죠.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G(Governance)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기업 측에서는 무시할 수도 없을 겁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경영전략에 반영함으로써 지배구조를 개선 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의 전략
의결권 관련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는 한국을 2023년 주목할만한 행동주의 펀드 활동국가라고 소개했습니다. 회사를 분리하거나 스타트업을 사는 등 경영간섭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상장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업들은 차등의결권이 가장 시급한 제도적 장치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포이즌필이나 황금주 같은 장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차등의결권은 일부주식에 일반주식보다 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거나 주식 보유기간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차등부여하는 제도입니다.
- 포이즌필이란 우리말로 독약조항인데,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매수시도가 시작된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살 권리(신주인수권)를 부여하는 조항입니다.
- 황금주는 보유 수량에 관계없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입니다. 보통 공기업을 민영화한 뒤 공익성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보유하는 주식이었는데, 중국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황금주를 보유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찬반논쟁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으로 내부거래 제한, 주주에게 우호적인 배당확대 등 투명한 지배구조 강화, 투자자의 이익 향상 등 긍정적인 면이 분명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 활동으로 실제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주가가 올라가는 사례도 많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시장에 비해 한국시장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는 인색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 시장으로 많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만약 행동주의 펀드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한국 시장도 투자자들에게 매력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고 기업도 보다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활동을 펼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단기차익만을 취하는 행동주의의 전략으로 오히려 기업 가치가 단기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어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개입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먹튀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활동을 해야겠죠.